승자의 저주란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승리한 것이 오히려 저주스럽다는 뜻의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승리가 때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과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승자의 저주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 역사적 사례로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겸 저술가인 플루타르코스가 기록한 <영웅전>에 따르면, 피로스는 기원전 3세기 고대 에피루스 왕국의 왕입니다. 피로스 왕은 기원전 280년에 2만 5,000여 명의 군대를 이끌고 로마를 침공했습니다. 그 결과 피로스 왕은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만, 이에 따른 희생 또한 컸습니다. 병사 가운데 70%가량을 잃고 만 것입니다. 결국 피로스 왕의 승리는 이익이 별로 없는 승리, 즉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승자의 저주는 피로스 왕의 승리와 같은 것을 가리키며, 다른 말로 '피로스의 저주'라고도 합니다. 즉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것은 단연 기뻐할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어 결과적으로 손해가 큰 것을 말합니다. 이 개념은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가 1992년 <승자의 저주>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경제학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 리더십, 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사례
한국에도 이와 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2015년 7월,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입찰에서 승리한 한화그룹의 갤러리아면세점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당시 입찰에는 롯데면세점, 신세계 DF, 이랜드 등 5곳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사업권을 쟁취한 것은 갤러리아 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입찰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면세점 사업의 꾸준한 성장세로 미뤄 볼 때 상당한 금액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면세점 신규 업체는 사업계획서와 경영 능력, 구역 관리 역량, 사회 발전 공헌도 등 다양한 요소로 평가해 선정합니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뒤늦게 기부활동에 힘쓰는 기업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시내 면세점 유치는 기업들의 숙원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치열한 경쟁을 뚫은 갤러리아면세점을 승자의 저주 사례로 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면세점 낙찰 이후 실적 부진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2014년까지만 해도 갤러리아면세점의 영업이익은 334억 원이었지만, 2015년 12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매출 하락세를 보여 2016년에는 영업이익 12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시내 면세점 간의 지나친 가격 경쟁과 마케팅 비용이 그 이유로 손꼽힙니다. 이 사레를 통해 '승자의 저주'는 단순한 승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승리한 후에도 적절한 전략과 대응을 통해 성과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승자의 저주를 극복한 사례
승자의 저주를 떨쳐버린 사례도 있습니다. SK그룹의 반도체업체 SK하이닉스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SK하이닉스는 현대그룹이 1983년에 세운 '현대전자산업'의 옛 이름입니다. 현대전자산업은 창립 6년 만에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지만, 1999년 외환위기 직후 LG반도체와 합병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당시 두 회사가 한 몸이 되면서 회사가 떠안은 빚이 무려 15조 원이 넘었습니다. 종합전자 회사였던 현대전자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전문 기업'으로 회사의 체질을 바꾸기로 하고, 당시 운영하고 있던 메모리 반도체 이외 사업 부문을 모두 팔아 치우고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했습니다. 또한 2001년 3월 회사 이름을 '하이닉스반도체'로 바꿨습니다. 그러나 하이닉스반도체의 앞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의 반도체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이닉스반도체는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에 최태원 SK 회장은 2011녀 약 3조 4,000억에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며 회사 이름을 'SK하이닉스'로 바꿨습니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는 SK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SK하이닉스는 인수 이듬해인 2012년 2,273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최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슈퍼호황'에 힘입어 눈부신 실적 성장을 이뤄 명실상부한 그룹 주력사로 거듭났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2분기 매출액이 10조 3,705억 원, 영업이익이 5조 5,739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이는 2017년 2분기에 비해 매출액은 55%, 영업이익은 82.7% 급증한 성적표입니다.
극복 전략
'승자의 저주'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첫째, 시장 다각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합니다. 기존의 성공 모델에만 의존하면 안 됩니다. 또한 새로운 제품, 서비스, 기술을 개발하거나 기존의 모델을 혁신하여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해야 합니다. 둘째, 지속적인 학습과 적응이 필요합니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소비자의 욕구도 다양해집니다. 따라서 기업은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신속하게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합니다. 셋째로, 지속적인 투자와 리소스 관리가 중요합니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은 리소스를 효과적으로 분배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며,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것은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어 내는 데 기여합니다. 마지막으로, 고객 중심 전략을 세우고 그에 맞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고객의 니즈와 요구를 파악하고 그에 맞춘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업의 목표와 고객의 만족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전략을 수립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전략들을 적절하게 조합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는 단기적인 승리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전략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