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마켓 이론
레몬은 비타민 C 성분이 많아 감기 예방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특유의 신맛 때문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신맛을 내는 레몬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속성에 빗대어 영어에서도 '레몬'이라고 하면 '결함이 있고 완벽하지 않아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이나 사물'을 뜻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불량품', '불쾌한 것' 혹은 '불쾌감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레몬의 이러한 성격을 학문적 관점에서 본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교수 조지 애컬로프가 그 주인공입니다. 애컬로프 교수는 1970년 미국 경제 학술잡지에 <레몬시장: 품질의 불확실성과 시장 메커니즘>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애컬로프 교수가 이 논문에서 주장한 레몬마켓은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이와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같은 정보를 공유하지 못해 결국 품질에 문제가 있는 저급품이 유통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레몬마켓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이들은 그 제품의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품을 사려는 구매자는 제품의 품질을 판매자만큼 알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이들이 제품의 단점까지 구매자에게 시시콜콜 설명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도 합니다. 파는 이들과 사는 이들 간의 정보 불균형은 결국 시장 실패로 이어집니다.
대표적인 예
애컬로프 교수는 <레몬시장: 품질의 불확실성과 시장 메커니즘>이란 논문에서 레몬마켓의 대표적인 예로 중고차 시장을 들었습니다. 그는 중고차가 겉보기에는 번지르르하지만 차량 속은 레몬의 시큼한 맛처럼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고차 판매업자는 중고차를 사려는 이에게 차량의 모든 정보, 특히 차량의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 않습니다. 차량의 장점보다 단점이 많으면 그 중고차를 사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정보의 격차가 있는 시장에서 품질이 좋은 차량보다 낮은 상품이 선택되는 '역선택'이 이뤄지게 됩니다. 중고차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가격'입니다. 일반 시장에서는 제품의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가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중고차 시장은 다릅니다. 자동차 가격이 눈에 띄게 낮으면 중고차 구입자들은 '이 중고차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사고를 여러 차례 겪었거나 차량 정비가 잘 안 된 차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다 보니 낮은 가격의 중고차는 시장에서 외면받습니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에 품질은 나쁘지만 가격만 비싼 차량이 유통되면 소비자들은 점차 외면할 것이고, 결국 중고차 시장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레몬마켓의 예시로는 의료 서비스 시장을 들 수 있습니다. 환자들은 종종 의료 전문가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더 적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의료 전문가들은 환자들에게 질병, 치료 옵션, 예상되는 결과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사 결정을 돕는 역할을 하지만, 환자들은 종종 전문적인 의료 지식이 부족하여 이러한 정보를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는 의료 전문가와 환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해결책
레몬마켓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위의 글에서 중고차 시장을 레몬마켓의 대표적인 예로 소개했습니다. 이에 대해 애컬로프 교수는 중고차 판매업자들이 판매한 차량에 대해 일정 기간 수리를 보증하는 제도를 도입하라고 주문합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에서 중고차 피해자를 구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 예로 국내 한 보험회사는 중고차의 성능이나 상태가 성능 점검 기록과 다른 경우, 수리비를 보상하는 상품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중고차 매매업체, 차량 제조사, 금융사가 손을 잡고 중고차 관련 상품을 내놓은 사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량 제조업체가 자사 중고차를 보장하는 보증 제도를 만들고 중고차 매매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럴 경우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로서는 중고차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피치 마켓'이라 불리는 중고차 시장도 등장하였습니다. 중고차 시장을 비롯한 '레몬마켓'과 달리 비교적 좋은 중고 제품이 거래되는 곳을 '피치 마켓'이라고 합니다. 피치 마켓에서는 제품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제품 정보를 공유해 적정한 가격으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양측이 피해를 보는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이 줄어드는 것을 통해 레몬마켓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예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